KRBS - 적강

푸른 여름의

가우 2017. 5. 31. 23:38

  오늘 그뭐ㅜ냐 푸르던...아/이/유 푸/르/던 듣는데 생각난거 푸른 여름 공유한 뭔가 청량한 느낌의 적강 보고싶다 


아카시는 병약도련님으로 공기좋은 시골 마을에 이사 와서 엄청 큰 저택에 살고, 후리는 그 주변에 민가에서 사는 아이. 둘다 십대 소년이었음 좋겠고.. 아카시 집 창문에서는 집앞에 강가가 훤히 다 보여서 가끔 책읽다 말고 고개들어서 노을 지는 걸 볼 때가 있는데, 그때 강가에서 놀고 있는 후리 봤음 좋겠다 후리는 친구 두명이랑 물장난 하고있고 그러다 풍덩 빠진 다음에 와하하 웃고 있을듯 아카시는 별생각 없이 그냥 눈이 후리한테 고정되었음 좋겠다 아카시 집이 무턱대고 높은 집이 아니라 넓고 약간 낮은 집이라, 후리가 젖은 옷 짜면서 웃다가 문득 저쪽 큰 집 창문의 아카시랑 눈마주칠듯 ㅜ 시골마을이랑은 조금 안어울리게 화려하고 웅장한 저택에서 단정한 옷차림을 한 잘생긴 소년이 자기를 쳐다보고 있으니까 후리는 자기도 모르게 몸이 잠깐 굳어서 눈을 못 뗐음 좋겠다.. 그것도 잠깐이고 아카시는 곧 고개 돌릴듯. 후리는 엥 하고 다시 친구들이랑 웃고 떠들면서 집에 돌아가겠지

  그러다가 며칠 지나서 ..며칠은 아니고 몇 주? 2주쯤 지나서 아카시랑 후리가 서로 눈 마주쳤던 일에 대해 거의 잊어갈 때쯤 또다시 아카시가 창문에서 강가의 후리를 발견했음 좋겠다 후리는 혼자 강가에 앉아서 조용히 울고 있고.. 저 소년과 말을 해 본적도 없고 이름도 모르지만 문득 왜 우는지가 궁금해지는 아카시 보고싶다. 잠깐 나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답지 않다는걸 느끼고 그냥 앉아서 후리 쳐다볼것같다. 후리는 조금 훌쩍이다가 밤이 돼서 좀 추워진 날씨에 하복 단추 제대로 여미고 책가방 들고 일어나겠지


  책가방 대충 둘러메고 무릎 짚고 일어나는데, 저 멀리서 웬 소년이 저벅저벅 걸어오는걸 보는거임 그 소년은 아카시였고 아카시는 자기가 왜 여길 걷고 있는지 심지어 저 소년을 향하고 있는지 자신도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표정만은 아주 평온한 상태였음 후리는 눈물 안 마른 눈만 껌뻑이다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음 좋겠다


"저..아카시 군, 맞지..?"


아카시는 자신과 처음 대면했을 이 소년이 자신의 이름을 안다는 것에 잠시 놀랐지만, 그 경로는 대충 짐작이 갔기에 대답은 않았음


"아, 마을 사람들에게서 들었어. 저기 큰 집이 아카시 가의 저택이라고.. 아, 근데 여긴 어쩐 일로.."


  후리는 뱉어놓고 자기가 이 강가의 주인이라도 되는 양 말한 것 같아서 민망함에 말을 멈추겠지 아카시는 아직 눈물이 덜 말라서 가로등 빛에 빛나는 눈동자를 한번, 눈물에 젖은 앞머리 몇 가닥을 한번 보고는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강가에 앉겠지. 앉은 곳은 흙이 아니라 시멘트 바닥이긴 했지만 후리는 아카시가 너무나 말끔한 모습을 하고있어서 이런 데 앉아도 되나 생각하면서 어정쩡하게 서있을 듯 아카시는 시골마을에 이사오긴 했지만 이렇게 강가에 앉아 바람을 쐬는 것은 처음이라 왠지 모를 산뜻한 기분을 느낄것같다 조용히 살랑살랑 흔들리는 아카시의 머리카락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아카시 옆에 조금 떨어져 조심스럽게 앉는 후리 보고싶다 후리는 아까까진 자기 혼자 감상에 젖어서 눈물콧물 다 뺐는데 갑자기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 전개되어서 머릿속에 물음표만 가득차있을듯. 둘이 한참동안을 말없이 까만 하늘 비친 물결만 보고 있다가 아카시가 입 열면 좋겠다


"울고 있는 것 같았는데."


  후리는 우선 놀라서 눈이 동그래지고, 그 다음엔 아카시가 자기를 보고있었다는 사실에 민망해져서 얼굴 벌개질 것 같다


"왜 울었지?"


  처음 보는 사이....이름도 모르는..(눈이 마주친 적은 있지만)사이인데 대뜸 질문하는 것이 당황스럽긴 했으나 뭔가 정확한 설명을 드리지 않으면 안될 듯한 카리스마겠지 아카시는 차분하게 물어봤겠지만..후리는 코 한번 훌쩍인 다음에 말하겠지


"차였거든.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아카시에게 말하기 전에는 자신의 인생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얹은 것만 같은 중대한 사건이었지만 왠지 아카시에게 말해놓고 나니까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겠지 실제로 아카시도 미동도 없을듯. 후리는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고 말을 조심스레 덧붙일 것 같다


"오늘은 하늘이 맑아서 별이 잘 보일 거라고 엄마가 그러셨어. 그래서 그 애한테 별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래서 오늘 고백한 거였는데, 차인 것이라는 이야기는 또다시 터지는 후리 눈물 속에 묻혔고 아카시도 나름대로 알아들었겠지 후리는 아카시가 볼까봐 얼른 소매로 눈물 닦고, 모르는 아이한테 쓸데없는 얘기를 했나 하는 생각할듯. 아카시는 후리 얘기를 듣고 나서야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새까만 하늘에 크고작은 별들이 촘촘히 박힌 게 하늘이 맑긴 맑은 모양이었음.. 후리는 다시 중얼거리듯 말하겠지


"내가 너무 평범해서 맘에 안 들었나 봐."


  그렇게 말하곤 입꼬리만 살짝 올려 미소짓고 아카시 쳐다보는 후리 보고싶다 아카시도 후리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는데, 순간 가로등 불빛이 꺼졌고 온전히 밤하늘의 별들만 후리 눈동자에 가득한 거야 후리 눈에는 못 다 흘린 눈물이 남아서 별들이 일렁이고 있겠지 그런 후리 뒤로는 넓은 밤하늘이 펼쳐져 있을 거고..아카시는 후리에게서 들은 평범이라는 단어와 자신의 눈이 보고있는 광경이 너무나 매치가 되지 않아 살짝 미간을 찌푸렸음 좋겠다 그리고는 말하겠지


"그 여자아이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은 걸."


  후리의 머리카락에 하얀 손가락이 닿았고, 후리는 멍하니 아카시 눈에 비친 별빛을 보면서 예쁘다고 생각하겠지


"밤인데도, 가로등 불이 전부 꺼졌는데도  유난히 눈부신 것 같아. 네가 왜 평범하다고 생각하지?"


  어딘가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작게 들려오고 후리는 꼭 어딘가에서 들었던 배경음악 같네, 하고 생각할거야


"이런 건 책에서도 본 적이 없는데.."


  아카시의 손가락이 머리카락에서부터 타고 내려와 뺨을 스치듯이 어루만지는데, 후리가 뺨에 닿은 아카시의 손을 조심스레 잡고 직접 뺨을 대었으면 좋겠다 아카시 손의 낮은 온도가 후리 뺨의 약간 높은 온도로 채워져서 온기가 흐르듯이 소리없는 정이 흐르고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아카시와 후리하타 보고싶다 그들 주위에는 하늘 가득히 쏟아지는 별빛만 있고. 아는 사이였든 모르는 사이였든 앞뒤 정황 따질 것 없이 그냥 그 때 그 순간에 서로의 아름다움에 어쩌지도 못하게 반해버리는 적강 보고싶다

나의 여름 가장 푸르던 그 밤~